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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ow Must Go On/Film

레스트리스 (Restless, 2011) - 날이 추워지면 생각나는 호빵, 그리고 구스 반 산트의 따뜻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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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트리스는 호빵같은 영화입니다.

조심스레 뒷면에 붙은 껍질을 벗겨내고, 윗면의 껍질을 살살 벗겨 먹은 뒤, 속에 남은 부드러움과 달콤함을 즐기는 호빵처럼 구스 반 산트 감독은 두 청춘 배우의 사랑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깊이 인상에 남았던 미아 와시코브스카는 레스트리스에서 사랑스러운 암환자를 연기합니다. 차세대 맷데이먼이라고 칭해지는 헨리 호퍼는 자신의 인생을 반 쯤 포기한 장난기 많은 청년을 연기합니다.

그 둘의 사랑이 만들어져가는 과정은 흥미롭습니다.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의 사랑이 이렇게나 벅차고, 따뜻하다니요. 마치 호빵의 부드러운 속과 함께 달달한 앙코를 먹는 기분이랄까요.


둘이 도로에 누워서 분필로 그들만의 영역을 표시하는 장면은 주위 환경이 어찌됐던(죽음이 눈 앞에 있다해도) 사랑을 하겠다는 그들의 의지를 표현한 것일까요?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시선은 이 영화에서도 여전히 따뜻합니다. 앞선 영화들에 이어서 죽음을 이토록 그들에 맞게 표현하는 건 그만의 훌륭한 역량인 것 같습니다.

삶에 지쳐갈 때면, 날이 추워질 때면 가슴 속 깊은 곳에서 한 번 울컥하고, 마침내 따뜻함으로 가득채워지고야마는 레스트리스를 챙겨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