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 중에 초속 5센티미터를 가장 좋아합니다.
초속 5 센치미터는 벚꽃 잎이 바람에 떨어지는 속도라고 하죠.
총 3부의 짤막한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애니메이션은 남주 타타키와 여주 아카리의 관계를 두고, 타카키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펼쳐갑니다. 애초에 세 편을 엮어서 만들었던 건 아니고 감독이 총 10여 편의 단편 중에서 잘 붙을 법한 이야기 세편을 묶었다고 하더군요.
암튼 이 애니메이션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보았을
“환상적으로 맺어지는 인연이 현실적으로 끊어지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1부는 벚꽃이야기라는 소제목의 단편입니다.
사랑이 뭔지 모를 초등학교시절, 서로의 첫사랑 상대였던 아카리와 타카키로 시작하는 이 단편은 전학을 이유로 멀어지게 된 채로 중학생이 된 두사람이 다시 만나는 과정을 그립니다.
벚꽃이 만개할 때 환상적으로 만났던 두 사람을 가로막는 건 “겨울”이라는 차가운 현실이지요.
타카키가 아카리가 사는 곳을 찾아 철도를 타고 떠나게 되지만 폭설로 인해 느릿느릿 달리고, 멈춰서기를 반복하는 열차로 인해 약속했던 시간은 한참 지나버리게 됩니다.
멈춰버린 열차 속에서 타카키는 생각합니다.
“그렇게 시간은 악의를 품고 내 위를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제발 기다리지마, 아카리”
그녀에게 다가가는 것이 어느덧 고통스러운 시간이 되어버린 타카키지만, 예정 시간보다 4시간이나 늦어버린 밤에 기다리고 있던 그녀룰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울며 재회합니다.
밤새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지지만, 왜인지 그녀와 이대로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될 것을 예감한 타카키로 1부는 끝이 납니다.
2부와 3부는 이 에피소드 이후의 타카키를 쫓아갑니다. 그를 좋아하는 여성들이 등장하지만, 그의 마음은 열릴 줄은 모르죠. (상대적으로 1편에 비해 이야기 밀도가 약합니다)
한 편, 종국에 등장하는 아카리는 자신의 삶을 살며 어느새 다른 남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모습을 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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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성장하며, 다른 삶을 살아가는 오랜 인연의 모습을 그린 애니메이션 초속 5 센티미터. 제가 이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현실감각 때문입니다.
그 시절에는 가질 수 있는 “마음” 하나만 가지고 최선을 다해 인연을 향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럴 수 없게 되고, 그렇게 인연을 멀리 두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 모두의 현실적인 스토리죠.
그런 현실적인 엔딩이 좋았으며, 이 작품을 보았을 땐 바로 피천득 님의 수필이 떠오르더군요.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어른스럽게 현실을 살고 있는 모두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냅니다.
https://youtu.be/A528VYFJSrg?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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