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he Show Must Go On/Grim

에드워드 호퍼 [Edward Hopper, 1882.7.22~1967.5.15]

EdwardHopper 상세보기

뉴욕주 나이액 출생. 뉴욕의 미술학교에서 R.헨리에게 그림을 배우고, 1906년 파리에 유학하였다. 1915년 에칭과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전향하였다가 1930년경부터 다시 수채화와 유화를 그리기 시작하였다. 사실주의적인 태도로 일관한 그는 시가지나 건물 등을 즐겨 그렸으며, 밤의 레스토랑, 인적이 끊긴 거리, 관람객이 없는 극장 등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다.

주요 작품으로 《책을 읽고 있는 모델》(1925), 《선롯가의 집》(1925), 《주유소》(1940), 《밤샘하는 사람들》 《밤의 레스토랑》(1942), 《아침 7시》(1948), 《두 가지 빛을 내는 등대》 등이 있다.




도시인의 쓸쓸함을 잘 표현해내는 작가.

한국인으로는 김지운, 외국인으로는 샘맨더스 영화 감독이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을 즐겨 감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012345678910111213141516171819202122232425262728293031323334353637383940414243444546474849505152535455565758



고독을 이야기하는 화가, 에드워드 호퍼


에드워드 호퍼는 현대인이 가장 사랑하는 공통의 요소들을 가장 세련되고 깊은 어조로 이야기한 화가입니다. 고독함, 소외, 단절, 자연과 문명, 여성과 이를 바라보는 욕망에 이르기까지의 소재를 주변의 자연과 도시의 환경, 메마른 공기의 도시인들을 등장시키며 고독함에 관한 장편 소설 내지 영화를 보는 듯한 정서를 평생에 걸쳐 그려왔죠.

호퍼의 그림들은 대개 방치된 자연과 이와 공존하는 문명의 것들 (집, 철도길, 주유소, 등대)을 동시에 등장시켜 문명과 자연의 경계를 지우며 내밀하게 조우하는 상상적 재현을 시도합니다. 이는 가장 사실적인 소재를 고집했으면서도 가장 환상적인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호퍼만의 장기였습니다.

"나에게 형태와 색채, 윤곽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며 작업을 위한 방편이지, 그자체로 중요하지는 않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위적인 문학이나 예술이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폭넓은 경험과 감정의 영역이다...내가 그림을 그리면서 추구하는 목표는 언제나 자연을 매개로 삼는 일이며, 어떤 오브제와 대면했을 때 내가 가장사랑하는 순간, 나의 내면에서 이는 반응을 화폭 위에 포착하는 일이다."
-에드워드 호퍼, 마로니에 북스,9p-

이렇게 현대인의 불안과 고독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했던 작가 에드워드 호퍼는 의외로 너무나 정연하고 평온한 삶을 살았다고 합니다. 그의 그림에는 늘상 부인이 등장합니다. 부인은 그의 비평가였으며 매니저였다고 합니다

 그의 그림은 위의 그림처럼 대부분 무표정한 여성 혹은 남성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표정대신 주변환경과 타인의 태도, 빛과 명암으로 본인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고독은 자신의 내면이자 주변으로부터 뿜어져나오는 전반적 정서인 셈이죠. 반쯤 열려 있는 창문 역시 호퍼의 그림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창문은 자연을 단절하는 동시에 외부와의 연결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도 합니다. 호퍼는 창문을 통해 출렁이는 바다를 끌어들이기도 하고, 가장 미국적 환경을 마치 그림 속의 또 다른 그림처럼 보여주기도 합니다. 

도시인의 심리적 긴장감과 불안, 자연과 문명의 화해를 모티브로 평생을 그렸던 화가 에드워드 호퍼는 실질적으로 정적으로 보이는 회화기법 안에서 가장 동적인 심리선을 추적하는 데 도통했던 화가입니다. 뾰족한 지붕과 첨탑을 통해, 지붕에 드리운 햇빛을 통해 관객들의 시선을 조종하며 철저히 몰입할 수 있는 온갖 장치를 적절히 배열해 둡니다.

가장 다이내믹한 도시 한공간에 존재하는 가장 고독한 개인의 상실을 느끼는 때때로, 에드워드 호퍼의 울림있는 그림을 찾아보며 위안을 얻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