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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ow Must Go On/Film

이끼 - 이 영화, 그림이 생각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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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박스에서 관람한 영화 <이끼>

강우석 감독님이 메가폰을 잡고, 우리나라에서 연기 잘한다고 하는 (무대 예술식 발성이 뛰어난) 정재영, 박해일, 유준상, 유해진, 허준호, 김상호, 김준배, 유선 등이 공연한 영화.

윤태호의 만화 "이끼"가 원작인 이 영화는 163분에 걸친 런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살아있기 때문일까?

원작의 누아르적인 분위기를 과감히 버리고, 캐릭터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 강우석 감독님의 공이 큰 것 같다.

물론 배우 개개인의 연기들도 정말 좋다. 김혜수의 연인인 유해진이 반쯤 미친 상태로 자신과 이장의 만행들을 떠벌리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다.

강우석 감독님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기존에 없던 색을 칠하게 된 것처럼 보인다.

적지 않은 등장인물들임에도, 그들 각각의 존재의 이유가 빠짐없이 설명되며, 네러티브의 인과관계는 명징하다.

극의 후반부에 미스테리가 해소될 때까지 긴장감이 팽팽하게 유지되고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거대한 밑그림을 끼워맞춰가는 퍼즐 조각들도 틈새가 크게 벌어진 곳이 없다.

무엇보다 좋은 성과는, 우리나라의 컨텐츠가 영화화 됐다는 점에 있다.

늘 컨텐츠 부족에 시달리는 충무로에 성공적인 "웹툰 영화화"의 훌륭한 본보기가 될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