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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ow Must Go On/Film

<밀레니엄,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2011> - 원작소설을 본 적 없는이의 짧은 리뷰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감독 데이빗 핀처 (2011 / 스웨덴,영국,미국,독일) 상세보기 원작 소설은 본 적도 없고,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도 없이 "데이빗 핀쳐"만 보고 밀레니엄을 보러 가게 됐습니다. 등장하는 배우들을 살펴봐도 제 눈에 익은 배우는 없었습니다.(저 같은 경우 외국 배우들의 얼굴과 이름을 매치 못시키는 경우가 많기는 합니다.) 정신없이 진행되는 영화 초반의 전개는 몰입도를 떨어뜨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주인공인 미카엘 블롬크비스트 기자가 처한 상황에 관객 입장에서 동화되기 시작하듯이 힘이 빠져가고 있을 무렵, 40년 된 살인사건의 의뢰를 맡게 되면서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않고 130여분을 이어갑니다. 교차편집으로 이어지던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와 리스베트 살란데르 두 사람은.. 더보기
레스트리스 (Restless, 2011) - 날이 추워지면 생각나는 호빵, 그리고 구스 반 산트의 따뜻한 시선 레스트리스 감독 구스 반 산트 (2011 / 미국) 상세보기 레스트리스는 호빵같은 영화입니다. 조심스레 뒷면에 붙은 껍질을 벗겨내고, 윗면의 껍질을 살살 벗겨 먹은 뒤, 속에 남은 부드러움과 달콤함을 즐기는 호빵처럼 구스 반 산트 감독은 두 청춘 배우의 사랑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깊이 인상에 남았던 미아 와시코브스카는 레스트리스에서 사랑스러운 암환자를 연기합니다. 차세대 맷데이먼이라고 칭해지는 헨리 호퍼는 자신의 인생을 반 쯤 포기한 장난기 많은 청년을 연기합니다. 그 둘의 사랑이 만들어져가는 과정은 흥미롭습니다.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의 사랑이 이렇게나 벅차고, 따뜻하다니요. 마치 호빵의 부드러운 속과 함께 달달한 앙코를 먹는 기분이랄까요. 둘이 도로에 누워서.. 더보기
비우티풀(Biutiful, 2010) - 내가 몇 살이 되는 것과 상관없이 나를 챙기는 아버지가 못마땅한 이들에게 고함 비우티풀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츠 이냐리투 (2010 / 스페인,멕시코) 상세보기 성차별적인 발언일 수 있겠지만 부정은 모정에 비해 느껴지는 깊이와 무게감이 다릅니다. 일반화 할 순 없겠지만, 남자는 아버지라는 존재를 보며 쌓아왔던 느낌들을 마음에 들지 않아 하면서도 그 자식들에게 답습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건 항상 뒤늦게 아버지 마음에 대한 감사함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비우티풀은 통상적인 비극을 품은 가정에서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을 바꿔서 이야기합니다. 마약과 술에 절어사는 조울증을 가진 어머니와 그런 이유로 헤어짐을 택한 아버지. 그들 사이에 남겨진 딸과 아들. 남겨진 둘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삶의 끝에 위치한 절벽을 돌아볼 틈 없이 뒤돌아선채로 그 둘을 손을 붙잡.. 더보기
메리와 맥스(Marry and Max, 2009) - 사랑스러운 에피소드들에 이어지는 강력한 훅 한 방 메리와 맥스 감독 애덤 엘리엇 (2009 / 오스트레일리아) 상세보기 8세 호주 소녀 메리의 펜팔친구는 44세의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뉴욕 중년 남성 맥스입니다. 그 둘은 공통점이 많습니다. 친구들이 많이 나오는 만화영화를 좋아하고, 초콜릿을 비롯한 단 것을 좋아하며, 친구가 없어서 외롭다는 점까지. 사람이 맥주잔 혹은 랍비의 알에서 태어난다는 것으로 알고 있는 메리는 미국 사람들은 어디에서 태어나는건지, 콜라캔에서 태어나는 건지, 그러기엔 콜라캔이 너무 작은 건 아닌지 등의 사랑스러운 호기심으로 맥스에게 첫 편지를 보냅니다. 눈물이 나질 않는 다는 맥스의 고민에 메리는 맥스를 위한 자신의 눈물을 병에 담아 보내주고, 자신에게 사랑을 어울리지 않는다는 고민을 가진 메리에게 맥스는 "너 자신부터 사.. 더보기
그을린 사랑 (incendies,2010) 사랑과 분노의 무게 차이 그을린 사랑 감독 드니 빌뇌브 (2010 / 캐나다,프랑스) 상세보기 정말 오랜만에 조조 영화를 한 편 봤다. 이런 영화를 조조로 보면 그 날 하루는 축 처져 버린다. 영화는 레바논 내전에서 파생된 한 여인의 기구한 삶을 이야기한다. 1943년 11월에 레바논이 독립한 후 줄곧 정치적으로 우위를 점한 그리스도교 세력과 이슬람교 세력 간의 갈등으로 점철된 레바논 내전은 이 영화의 배경이 되고, 1970년 9월 요르단에서 추방당한 팔레스타인이 레바논 남부 지역에 난민촌을 건설한 후 격화된 2차 내전이 나왈 마르완의 삶을 기구하게 만드는 구체적인 배경이 된다.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 세력은 이 지역을 근거로 해서 레바논의 그리스도교 정부와 이스라엘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한다. 보복과 그것에 대한 복수. 전쟁의 .. 더보기
짐승의 끝- 조성희 감독, 장편 첫 연출의 득과 실 짐승의 끝 감독 조성희 (2010 / 한국) 출연 이민지,박해일 상세보기 오프닝 시퀀스가 택시에서 바라보는 시골 풍경을 배경으로 한 여자가 중얼중얼 노래를 부르며 시작되는 조성희 감독님의 장편 데뷔작 '짐승의 끝'. 영화는 그의 전작인 '남매의 집'과 마찬가지로 박해일(이방인)이 택시에 합승(자신과 택시기사만의 공간에 침입)하며 시작됩니다. 보는 내내 관객을 긴장시켰던 조성희 감독님의 능수능란한 연출은 장편에 와서 살짝 늘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조성희 감독은 인터뷰에서 "우선 넉넉하게 찍어두고, 편집 때 승부를 보자라는 생각에 찍어뒀던 것들이 도저히 편집으로 만질 수 없는 수준이 되어 살짝 늘어지게 되었음을 인정합니다."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아마도 공간이 폐쇄적인 허름한 집에서 광활한 풍경이 펼쳐지는.. 더보기
남매의 집 + 짐승의 끝 남매의 집 감독 조성희 (2008 / 한국) 상세보기 짐승의 끝 감독 조성희 (2010 / 한국) 상세보기 영상자료원에서 패기 넘치는 신인 감독들의 단편과 장편을 묶어서 상영하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후두둑 후두둑, 장마가 시작 될 무렵, 남매의 집이라는 단편을 무척 감명 깊게 보았던, 조성희 감독님의 남매의 집 + 짐승의 끝을 보러 무려 동성친구 두 명과 가게 되었습니다. 칸 영화제의 뒷통수를 시원하게 치고, 몇 년간 공석이었던 미장센 영화제 대상의 자리를 차지한 남매의 집은 다시봐도 명작이었습니다. 고립되고 단절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할 수 있는지를 종말이라는 배경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단편고는 긴 30분 가량의 러닝타임 내내 보는 이들을 괴롭힙니다. 어린 남매가 살고 있는 집. 여동생이 그린 그.. 더보기
"참말로 고맙습니데이." -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감독 추창민 (2010 / 한국) 상세보기 인생의 황혼 무렵에 시작되는 사랑은 예쁘다. 인생의 황혼 무렵에 돌아보는 사랑은 아름답다. 사랑을 놓치다로 30대의 감성을 붙잡았던 추창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강풀 원작 만화인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각색, 연출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환상적인 작품이었다. 그 때 그 사람들에게 박정희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구사했던 배우의 고마움을 표현하는 사투리는 지금껏 들어본 경상도 사투리 중에 가장 따뜻하고 먹먹했으며,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에서 대들보였던 이순재는 "사람은 어느 시점이 지나면 나이를 먹을수록 어려진다."는 통설이 어떻게 해서 나오게 된 것인지,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할 수 있을만큼 순수한 연기를 보여줬다... 더보기
글러브(G-Love) - 스타리움(Starium)에서 만난 스타디움(Stadium) 글러브 감독 강우석 (2011 / 한국) 상세보기 영화 글러브를 영등포 CGV, 그것도 무려 스타리움(Starium)에서 보게 됐다. 기네스에서 공식으로 인정한 세계 최대 크기의 스크린에서 이 열혈(?) 영화가 보고싶었다. LG 트윈스의 간판 투수였던 정재영(김상만 역)은 음주 폭력 사건으로 KBO 위원회의 골칫거리로 떠오르게 되고, 이를 위한 자발적인 면죄부로 충주성심고등학교 야구부에 코치로 가게 된다. 곁에서 그를위해 발벗고 뛰어 다니는 친구겸 매니저의 손에 이끌려. 야구라는 스포츠는 청각 장애인들이 하기에 무척 어려운 점이 많다. 의사소통이 안되는 것은 둘째치고, 타구의 소리도 들을 수 없으니, 수비하는 입장에서 공의 낙하지점을 눈 만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야구는 싸인의 스포츠.. 더보기
심장이뛴다 - 모성애와 회한의 대결 심장이 뛴다 감독 윤재근 (2010 / 한국) 출연 김윤진,박해일 상세보기 김윤진의 모성애와 박해일의 회한(불효에 대한) 이 맞붙었다.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딸을 홀몸으로 키우는 김윤진은 심장 이식해 줄 사람을 찾는다. 그 간절함이 커져가던 중 같은 병원으로 실려온(반 뇌사상태로) 박해일의 친모. RH- AB형이라는 극소수 확률까지 맞아떨어지는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잡기 위해 김윤진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김윤진의 절제되지 않는 감정 표현은 보는 나를 힘들게 만들었고, 박해일이 뒤늦은 회한으로 온몸을 내던져 어머니를 지키려고 하는 것에 대한 당위성도 의아스러웠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니 끝내 울컥 해버렸다. 나는 아마도 쌍팔년도 이전에 태어나서겠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