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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ow Must Go On/Light Note

"빅픽처가 뭐야?" 입소문 타고 뜬 '듣보잡' 작가


올 여름, 서점가에서 단연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책이 있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픽처》가 바로 그 책. 이 소설은 현재 주요 인터넷서점과 도소매 서점 모두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내 독자들 입장에서 보자면 더글라스 케네디는 시쳇말로 ‘듣보잡’ 작가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출간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5쇄에 돌입할 만큼 독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선전이다. 생소한 외국작가의 소설이 첫 작품부터 주목 받은 예는 드물다. 무라카미 하루키, 파울로 코엘료처럼 고정 팬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작가라면 모를까, 국내에 첫 선을 보이는 외국작가의 소설이 나오자마자 각 서점 베스트셀러에 일시적으로 오른 건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지만 더글라스 케네디는 사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현재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작가이다. 결국 자질은 충분히 갖춘 셈. 그러나 국내에서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은 작가의 경우 단숨에 주목받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아무리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저작권 비용만도 수십만 달러를 호가하는 소설도 외면 받는 경우는 허다하다. 그러나 《빅 픽처》는 발간 2주 만에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이변을 연출했다.

《빅 픽처》가 단숨에 주목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인터넷서점과 포털사이트를 돌며 《빅 픽처》에 대한 독자들의 서평을 확인한 결과 몇 가지 중요한 원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첫째, 이 소설은 <뉴욕타임스>가 평했듯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소설’이고 ‘끝나는 걸 두려워하며 읽는 소설’이라는 게 독자들이 내린 이구동성의 평가였다. 넓은 의미에서 스릴러라 할 수 있는 이 소설은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 폭발적인 스피드, 계속되는 반전 때문에 잠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둘째, 주인공 벤 브래드포드는 현재와 다른 삶을 꿈꾸는 현대인들의 갈망을 집약적으로 투영하고 있는 캐릭터라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사진가가 되고 싶었던 벤은 생활비 압박 때문에 꿈을 포기하고 월가의 고소득 변호사가 되지만 끝내 만족을 얻지 못한다. 결국 우발적 살인으로 말미암아 ‘가지 않은 길’에 도전하는 벤의 삶은 ‘나’의 삶으로도 즉각적인 환치가 가능하다. 독자들이 벤의 삶을 자기 일처럼 안타깝게 여기는 것도 결국 ‘벤’에 투영된 자신의 모습 때문이다.

셋째, 이 소설은 기발한 착상, 간결한 문장, 뛰어난 구성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500페이지에 가까운 소설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사진에 대한 작가의 식견도 전문가 수준이다. 결국 독자들이 좋아할 수 있는 요소를 두루 갖춘 소설이다.

위의 세 가지가 아마존 프랑스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전 세계 30여 개국에 판권이 팔린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