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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ow Must Go On/Light Note

잘 나가는 CEO들은 왜 역사서에 열광할까-"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세계사를움직이는다섯가지힘(교보문고30주년기념특별도서양장본) 상세보기



불황을 겪고 있는 단행본 시장에서 ‘독특한 역사서’ 한 권이 화제가 되고 있다.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뜨인돌출판사)이 바로 그것. 작년 10월말 출간된 이 책은 1만 부 판매도 쉽지 않은 역사 분야에서 10개월 만에 누적 판매 10만 부를 돌파하며 대형 베스트셀러 대열에 합류했다.

 

 
이 책은 지난 5월에서 7월 사이 한국생산성본부 ‘CEO 북클럽도서’ 선정을 시작으로 삼성경제연구소(SERI)와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연이어 ‘CEO 필독서’로 선정되었다. ‘CEO 필독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셈. 경제경영서가 아닌 역사서로는 흔치 않은 일이다. 이후 판매에도 가속도가 붙어 7~8월 여름휴가 시즌에만 5만 부가 넘게 팔렸다고 한다. 이 무렵 <교보문고>와 <예스24>에서는 종합 5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자기계발서나 경제경영서가 아닌 역사서가 CEO를 비롯한 비즈니스맨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는 이유는 뭘까?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박사의 말 속에 실마리가 담겨 있다. 그는 한국에서 열린 CEO 초청강연에서 “현대 사회에서는 너무 많은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 미래를 확신하기 어렵다. 그래도 최대한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건 많은 양의 독서를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말하며, 현재와 과거를 통한 미래 예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통찰력을 얻고 미래에 대비하는 힘을 구축하는 중요한 수단으로서 ‘역사서 읽기’를 우회적으로 강조한 셈이다.

 

2008년에 세계를 휩쓴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CEO 및 비즈니스맨들이 인문서나 역사서에서 혜안을 찾고 통찰력을 구하려는 경향은 한층 강화되고 있다. 최근 2~3년간 SERI 등 국내 경제연구소들이 선정한 CEO 필독서 목록에서도 인문서가 경제경영서와 거의 동일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 같은 트렌드에 대해 현대경제연구원 박태일 컨설팅본부장은 매우 설득력 있는 분석을 내놨다.

 

“금융위기를 통해 드러난 세계경제의 모순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는 데 있어서 경제학 내부로부터의 레슨(lesson)은 불충분했다. 어쩌면 경제학과는 전혀 무관한 영역에 그 해답이 있지는 않을까. 세계사적 통찰력, 인문학적 상상력, 세계를 움직이고 역사를 만들어가는 동인과 심층구조…… 이런 것들로부터 오늘날의 위기를 더 적확하게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고민과 문제의식이 최근 CEO와 비즈니스맨들이 인문서와 역사서에 관심을 갖게 된 주된 원인이 아닐까 싶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은 가히 하나의 전범(典範)으로 삼을 만하다. 이 책은 기존 역사서들의 한결같은 패턴, 즉 원시-고대-중세-근대-현대라는 연대기적 구성에서 과감히 벗어나 ‘욕망’, ‘모더니즘’, ‘제국주의’, ‘몬스터(자본주의․사회주의․파시즘)’, ‘종교’라는 다섯 가지 코드를 중심으로 세계사의 원동력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가령 ‘욕망’을 다룬 대목에서 저자는 커피가 세계사를 움직이는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한다. 17세기 유럽에 전파된 커피의 속성, 즉 ‘각성하게 하는 요소’가 ‘지칠 줄 모르고 돌진하는’ 근대화의 메커니즘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역사가 혁명적으로 바뀌었다는 것. ‘역사적으로 문화예술의 중심이었던 곳은 브랜드가 되고 경제의 중심이었던 곳은 브랜드가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명쾌한 답을 제시하기도 한다. 나아가 ‘생명이 다한 것처럼 보이는 자본주의라는 녹슨 기관차는 왜 멈추지 않을까’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며, 내재된 모순에 의해 필연적으로 멸망할 것이라는 마르크스의 예견과는 달리 자본주의가 그 영역을 더욱 확장해 나가는 근본 원인을 ‘인간의 욕망’에서 찾고 있다.

 

이 책이 던지는 경제학적 화두는 명료하다. 지구상의 마지막 몬스터인 ‘자본주의’를 어떻게 길들일 것인가. 욕망을 효과적으로 창조하고 조직함으로써 (커피에 대한 욕구를 만들어내는 데 사활을 걸었던 17세기 커피상인들처럼) 도약할 것인가, 제어되지 않은 무한 욕망의 혼돈 속에 위기를 맞을 것인가. 경제 바깥에 있는 요소들을 어떻게 브랜드의 원천으로 삼을 것인가. 궁극적으로, 과연 무엇이 21세기의 커피와 금과 철이 될 것인가.

 

명시적인 답은 책 속에 없다. 그러나 경제학 교과서 속에도 어차피 모범답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CEO들에게 필요한 건 지도가 아니라 ‘나침반’이다.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은 과거를 바늘 삼아 미래의 방향을 알려주고 있다. 바로 그게 이 책이 CEO와 비즈니스맨들의 주목을 받는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