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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ow Must Go On/Light Note

조선 최고의 러브스캔들



대원군이 사랑한 여인, 최초의 여성 명창 진채선!

구한말, 심금을 울리는 열창으로 시름에 젖은 백성들의 시름을 달래주었던 여성 명창 진채선의 삶과 사랑을 다룬 소설 《진채선》(밝은세상 간)이 출간되었다. 이 소설의 저자는《바다 위의 피아노》와 《초록빛 모자의 천사》로 알려진 작가 이정규이다. 《바다 위의 피아노》는 현재 송동윤 감독, 조안 ․ 유인영 주연의 영화로 제작 중이다.

최초의 여성 명창 진채선을 발굴하고 지도한 스승은 계통 없이 전해오던 판소리를 여섯 마당으로 정리해 판소리 중흥의 토대를 마련한 신재효이다. 진채선은 신재효의 제자 중에서도 특히 자질과 실력이 출중했으며 <춘향가>를 잘했고, 그 중 ‘기생점고’ 대목에 발군이었다.

진채선은 전주대사습에 참가하면서 신재효에게 발탁된다. 진채선 이전까지 여성 명창은 전무했다. 김세종, 전해종 등이 진채선과 함께 신재효의 문하에서 배출된 명창들이다. 이 소설은 소리꾼 진채선의 삶과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진채선을 사랑한 대원군, 신재효를 연모한 진채선 그리고 진채선을 그리워하는 신재효의 사랑 이야기가 중심 내용이다. 세 사람은 각기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며 성공했지만 엇갈린 운명으로 인해 사랑에 실패하게 되는 비련의 주인공들이다.

 경복궁 낙성연에 참석했던 당대 최고 권력자 대원군은 진채선의 고운 외모와 빼어난 춤 솜씨, 좌중을 휘어잡는 절창에 매료돼 보는 순간 빠져들게 된다. 그날 이후, 운현궁에 잡혀온 진채선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대원군의 첩실이 된다. 독점욕에 사로잡힌 대원군이 바깥출입을 금하는 바람에 진채선은 조롱에 갇힌 새의 신세가 된다. 대원군은 지극 정성으로 진채선의 마음을 사려 애쓰지만 그녀는 가슴 깊이 새겨둔 신재효를 잊지 못한다.

무소불위의 권력도 사랑만큼은 뜻대로 되지 않아

일편단심, 신재효를 사랑한 진채선에게 운현궁 생활은 고통의 연속이다. 진채선은 자유롭게 떠돌며 소리를 하고 싶었고, 스승 신재효에 대한 그리움이 나날이 깊어만 간다. 신재효 역시 진채선을 애타게 기다리며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 소설에 인용된 신재효의 <도리화가>에는 진채선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절절하게 담겨 있다. 신재효는 <도리화가>를 지어 진채선에게 전하고, 이에 그녀는 <추풍감별곡秋風感別曲>으로 화답한다. 이 책에 인용된 두 노래는 안타까운 노랫말로 심금을 울린다.

신재효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지면서 진채선은 급기야 화풍병(상사병)에 걸리게 되고, 대원군의 질투심은 경각에 달한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대원군도 사랑만큼은 뜻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인가. 대원군은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진채선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한다. <춘향가>를 유난히 잘 불렀던 진채선은 변학도의 수청을 거절한 ‘춘향이’ 같은 신세가 돼 한 많은 세월을 보낸다. 진채선에게는 이몽룡 격인 신재효가 힘없는 아전이었다는 게 더욱 큰 비애.

스승 신재효가 사경을 헤맨다는 소식을 들은 진채선은 실각한 대원군의 곁을 탈출한다. 대원군은 진채선이 떠난 삼개나루에 ‘아소정我笑停’이라는 정자를 짓고 씁쓸한 말년을 보낸다. 진채선은 병사한 스승의 무덤에서 삼년상을 치른 끝에 어디론가 행방을 감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