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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ow Must Go On/Film

비우티풀(Biutiful, 2010) - 내가 몇 살이 되는 것과 상관없이 나를 챙기는 아버지가 못마땅한 이들에게 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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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차별적인 발언일 수 있겠지만 부정은 모정에 비해 느껴지는 깊이와 무게감이 다릅니다.
 
일반화 할 순 없겠지만, 남자는 아버지라는 존재를 보며 쌓아왔던 느낌들을 마음에 들지 않아 하면서도 그 자식들에게 답습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건 항상 뒤늦게 아버지 마음에 대한 감사함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비우티풀은 통상적인 비극을 품은 가정에서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을 바꿔서 이야기합니다.

마약과 술에 절어사는 조울증을 가진 어머니와 그런 이유로 헤어짐을 택한 아버지. 그들 사이에 남겨진 딸과 아들.

남겨진 둘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삶의 끝에 위치한 절벽을 돌아볼 틈 없이 뒤돌아선채로 그 둘을 손을 붙잡고 뒷걸음질치고 있는 아버지에 대해서 이냐리투 감독은 이야기합니다.



21그램과 바벨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짜깁기해 묵직한 주제들을 던져준 이냐리투 감독은 비우티풀에서 한 남자의 인생을 클로즈업해서 파고들지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매정함과 잔혹함의 끝을 보여주며 인상깊은 열연을 펼친 하비에르 바르뎀은 비우티풀에서 그 누구보다 다정하고 유약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론 그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돈을 모으는 모습을 제외하고.

같은 인물의 클로즈업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비우티풀에서 느낌이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다는 것이 하비에르 바르뎀이라는 연기자가 가진 엄청난 깊이의 강점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인물의 죽음에 의해 한 가족에세 남겨질 상실감은 얼마나 될까요? 인물에 따라 다르겠지만, 비우티풀에서의 그것은 엄청납니다. 보모에게 자신이 가족을 위해 준비한 것들을 이어주길 바라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그것을 뒤엎을 행동력이 그에겐 남지 않았으니까요.

정열의 나라 스페인에서 보여지는 가장 어둡고 쓸쓸할 톤과 매너, 그렇기 때문에 당위성을 지닐 수 있을 아버지라는 존재의 무게감. Beautiful이 아닌 Biutiful이 아름답다는 것의 영어 철자로 알고 있는 그의 자식들, 그 철자조차 되짚어 주지 못할 시간을 가진 아버지.

떠나지 못하는 원한들을 위로해 주는 일을 했던 아버지, 분명 떠나지 못할 그는 과연 누구에게 위로를 받아야 하는 것일까요?

늘 아버지가 못마땅한 이들이 꼭 챙겨봐야 할 작품인 비우티풀은 제 인생에 깊이 각인되어 자리잡을 것입니다.